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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안락사 고민

💔 사랑과 두려움 사이: 문제 행동 반려견 레오와 선우네 이야기

by postman 2025. 4. 22.

허스키 믹스
허스키 믹스

 

"여보, 나 정말 더는 못 참겠어. 어젯밤에도 경비실에서 전화 왔었어. 레오 때문에..."

 

아내 지현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고, 선우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3년 전, 안락사 명단에 이름이 올랐던 두 살짜리 덩치 큰 믹스견 '레오'를 가족으로 맞이했을 때만 해도, 선우네 세 식구의 미래는 행복으로 가득 차는 듯했다. 활발한 다섯 살 딸 소율이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리라, 선우의 오랜 로망이었던 '대형견과의 삶'이 실현되리라 믿었다. 처음 몇 달간 레오는 놀라울 정도로 순했고,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빠르게 적응하는 듯 보였다.

 

😥 사랑스러운 가족, 그 이면의 불안

하지만 언제부턴가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식탁 밑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주우려는 소율이에게 레오가 낮게 으르렁거렸을 때, 선우는 '우연이겠지, 소율이가 놀래켰나 보다' 애써 생각했지만, 지현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스쳤다. 그 후로 레오는 자신의 밥그릇이나 장난감 근처에 누가 다가오면 긴장하며 으르렁거리는 일이 잦아졌다.

 

설상가상으로 분리불안 증세까지 나타났다. 맞벌이 부부가 집을 비우면 레오는 몇 시간이고 문을 긁고 울부짖었다. 이웃들의 항의가 시작되었고, 관리사무소의 경고 전화가 걸려왔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난장판이 된 거실과 이웃들의 싸늘한 시선이 그들을 맞이했다.

 

💥 돌아올 수 없는 강, 입질

결정적인 사건은 어느 주말 저녁에 터졌다. 선우가 무심코 레오가 아끼는 낡은 인형 옆을 지나치려 할 때였다. 레오는 순식간에 으르렁거리며 선우의 손을 향해 입을 뻗었다. "악!" 짧은 비명과 함께 선우의 손등에는 피가 맺혔다. 심하게 다친 것은 아니었지만, 선우와 지현 모두 얼어붙었다. 레오가, 그들이 구조하고 사랑으로 보듬었던 레오가, 주인을 물었다.

 

그날 이후, 집안의 공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지현은 소율이가 레오 근처에 가는 것조차 극도로 경계했고, 선우를 향한 원망 섞인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 "내가 처음부터 무리라고 했잖아. 저렇게 큰 개, 그것도 유기견을... 소율이 물렸으면 어쩔 뻔했어?" 선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레오를 구조한 책임감, 문제 행동 이면에 숨겨진 레오의 불안감을 이해하면서도, 가족의 안전과 이웃과의 관계라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그는 점점 무력해졌다.

 

🌪️ 쏟아지는 압박과 깊어지는 갈등

주변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아직도 그 개 키워요?", "그러다 큰일 나요.", "훈련소 보내도 소용없다던데, 그냥 좋은 데(?) 보내는 게 낫지 않아요?" 양가 부모님과 친구들의 걱정 어린, 때로는 무심한 말들이 비수처럼 꽂혔다. 유명하다는 훈련소에 큰 비용을 들여 몇 달간 교육도 받아봤지만, 레오의 행동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공격성 및 분리불안 교정은 매우 어렵고, 시간과 비용, 그리고 보호자의 일관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100% 개선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전문가의 소견은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가는 듯했다.

 

부부 사이의 대화는 줄었고,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지현은 매일 인터넷에서 '안락사'를 검색했고, 선우는 그런 아내를 보며 죄책감과 절망감에 시달렸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레오를 정말 보내야 하는 걸까?', '건강한 아이인데, 문제 행동 때문에 죽어야 한다고?'

 

🛤️ 마지막 갈림길 앞에서

결국 그들은 동물병원과 행동 전문가를 다시 찾았다. 건강상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수의사는 단호했다. "아이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모든 노력을 다했음에도 통제가 불가능하고 안전을 위협한다면, 안락사도 고려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정말 마지막으로 전문가와 함께 집중적인 행동 교정 프로그램을 시도해 보시겠습니까? 쉽지 않을 겁니다. 온 가족의 엄청난 노력과 희생이 필요할 거고요."

 

그날 밤, 선우와 지현은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행동 전문가가 제시한 빼곡한 관리 지침과 예상 비용, 그리고 안락사 동의서 양식이 놓여 있었다. 거실 한쪽에서 불안한 듯 웅크리고 잠든 레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고뭉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는 처음 구조했던 날의 그 가엾고 사랑스러운 모습 그대로였다.

 

지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 무서워. 소율이 다칠까 봐 무섭고, 또 이웃들한테 욕먹을까 봐 무서워. 근데... 레오 저렇게 자는 거 보니까..." 지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선우는 말없이 아내의 손을 잡았다.

 

결정은 쉽지 않았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또다시 실패하고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레오의 불안한 눈빛 속에서, 아직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작은 속삭임을 들은 것 같았다.

 

"한 번만... 정말 딱 한 번만 더 해보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자. 대신, 소율이 안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해. 당신 혼자 감당하게 안 할게. 나도 같이 할게." 선우의 말에 지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완전한 희망도, 완전한 절망도 아니었다. 그저 사랑과 두려움 사이, 위태로운 길 위에 다시 한번 발을 내딛기로 한, 무겁고도 간절한 약속이었다.

 

2025.04.15 - [반려동물 뉴스 정보] - 반려견 안락사의 윤리적 딜레마: 다양한 관점과 결정 요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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