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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안락사 고민

✈️ 함께 갈 수 없는 길, 남겨진 너에게: 고양이 나비와 보호자 소희의 이야기

by postman 2025. 4. 22.

"나비야, 어떡하지... 정말 어떡해야 할까..."

 

스물아홉 소희의 눈물은 노트북 화면 위로 툭툭 떨어졌다. 화면 속에는 꿈에 그리던 해외 기업의 최종 합격 통지서가 떠 있었지만, 소희의 마음은 기쁨보다 불안과 슬픔으로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시선은 자연스레 발치에 웅크리고 잠든 여덟 살 고양이, 나비에게로 향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자취방 앞에서 비에 젖어 떨고 있던 아기 고양이를 데려온 지 벌써 8년. 소희의 20대를 묵묵히 함께 해 준,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가족이었다.

눈이 너무 이쁜 코리안숏헤어
이쁜 눈을 가진 코숏

 

🌍 현실의 벽: 너무 멀고 어려운 너에게 가는 길

합격의 기쁨도 잠시, 소희는 나비와 함께 갈 방법을 미친 듯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아볼수록 현실의 벽은 높고 견고했다. 그녀가 가게 될 나라는 반려동물 입국 절차가 상상 이상으로 까다로웠다. 복잡한 서류 준비는 기본, 최소 3개월 이상의 검역 기간과 그 비용, 항공 운송료까지 합치면 이제 막 사회생활을 하는 소희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나비는 환경 변화에 극도로 예민한 아이였다. 낯선 곳에서의 긴 검역 기간과 장시간 비행이 나비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가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함께 가야 한다'는 마음과 '나비가 과연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소희를 괴롭혔다.

 

🏠 닫힌 문들: 나이 든 너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결국 소희는 한국에서 나비를 돌봐줄 새 가족을 찾아보기로 했다. '나만 없으면, 나비는 여기서 계속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스스로를 다독이며 입양 공고 사이트에 나비의 사진과 사연을 올렸다. 지인들에게도 간절히 부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현실은 냉담했다.

 

"여덟 살 고양이는 너무 늙었어요.", "코숏은 흔해서 입양이 잘 안돼요.", "처음엔 낯을 많이 가린다면서요?", "아이가 어려서 고양이는 좀..."

 

수십 통의 메시지와 통화 속에서 소희는 절망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작고 어린', '품종이 있는', '성격 좋은' 반려동물이었다. 8년 동안 자신에게 전부였던 나비는, 세상의 기준에서는 그저 '나이 많고 흔한 고양이'일 뿐이었다. 보호소 몇 군데에도 연락해 봤지만, "자리가 없다", "개인 사정으로 인한 파양은 받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출국 날짜는 코앞으로 다가오는데, 나비를 위한 자리는 어디에도 없는 듯했다.

 

😥 깊어지는 죄책감과 마지막 선택지

'나 때문에... 내 욕심 때문에 나비가 갈 곳이 없어졌어.' '이 기회를 포기해야 할까? 나비 때문에 내 인생을...?' '아니야,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거야. 근데 정말 방법이 없는걸...'

매일 밤, 소희는 죄책감과 원망, 불안감 속에서 뒤척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물병원에 찾아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안락사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수의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수 씨 마음은 이해하지만, 건강한 아이를 저희가 그렇게 해드릴 수는 없어요. 입양처를 좀 더 알아보세요. 근데... 솔직히 쉽지는 않을 겁니다. 나이가 있어서..." 이미 알고 있는 현실을 확인받는 순간, 소희는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

 

시간은 흘러 출국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함께 갈 수도, 맡길 곳도 찾지 못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개인 사정으로 파양할 거면 왜 키웠냐'는 비난 글들이 넘쳐났고, 소희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차라리 아무도 모르게 어딘가에 두고 올까?' 끔찍한 생각이 스쳤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소희는 고개를 저었다.

 

✈️ 너를 남겨두고, 나는…

출국 D-3. 짐은 거의 다 싸놓았지만, 마음은 조금도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소희는 거실 바닥에 앉아 무릎 위에서 골골송을 부르는 나비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털의 감촉, 익숙한 고양이 냄새, 가만히 감은 두 눈... 지난 8년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함께 갈 수도, 여기에 남겨둘 수도 없는 이 아이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선택이 나비를 위한 최선일까. 아니, 어쩌면 최선은 이미 없고, 최악과 차악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나비는 그런 소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따뜻한 무릎 위에서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창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소희에게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길고 무거운 밤이었다.

 

나라면,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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