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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펫로스 극복

나의 작은 고양이 별이 된 루나, 미안함과 사랑을 담아 보낸 마지막 길

by postman 2025. 3. 31.

창밖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저는 오늘 저의 오랜 가족이었던 고양이 '루나'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봅니다. 루나는 열여덟 살, 사람 나이로는 아흔 살이 훌쩍 넘는 할머니 고양이였습니다. 좁은 원룸에서 시작된 우리의 인연은 제 삶의 거의 절반을 함께했습니다. 루나는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니었습니다. 저에게는 힘든 하루 끝에 위로를 건네는 유일한 가족이자, 침묵으로도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루나에게도 흘렀습니다. 언제부턴가 루나는 좋아하던 창가 자리에도 오르지 못했고, 스스로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겨워했습니다. 밤이면 온 집안이 울릴 정도로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내뱉었고, 그 소리를 들으며 저는 밤새 루나의 곁을 지켜야 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출근해야 하는 낮 시간이었습니다. 홀로 남겨질 루나가 걱정되어 일에 집중할 수 없었고, 집에 돌아와 고통스러워하는 루나를 볼 때마다 제 마음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온갖 영양제와 병원 치료에도 루나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루나가 겪는 고통이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이며, 남은 시간 동안 삶의 질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안락사'라는 선택지를 언급하셨습니다.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어떻게... 내 손으로 루나를...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루나를 이대로 더 고통스럽게 둘 수 없다는 절망감이 뒤엉켜 숨쉬기조차 힘들었습니다.

 

며칠 밤낮을 고민하고, 울고, 또 고민했습니다. 루나의 갸르릉거리던 소리, 제 무릎에서 잠들던 따스함, 함께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루나를 정말 사랑하기에, 이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것이 제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자 최선의 배려일 수 있겠다는 것을요. 그것이 루나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힘겹게 설득했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창으로 들어오고 있다.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창가

 

병원에 예약한 날 아침, 저는 평소보다 더 오래 루나를 품에 안고 속삭였습니다. "루나야, 이제 아프지 마. 편안하게 가렴. 다음 세상에서는 훨훨 날아다니렴. 정말 많이 사랑했고, 고마웠어."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은 조금은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길, 그리고 루나가 제 품에서 조용히 잠드는 그 순간까지... 저는 루나의 이름을 끊임없이 불렀습니다. 차갑게 식어가는 루나를 안고 병원을 나설 때, 온 세상이 무너진 듯했습니다.

 

하지만 슬픔에 잠겨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루나의 마지막을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습니다. 루나에게 따뜻하고 존엄한 마지막 인사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급하게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알아보았고, 역시나 서울 시내에는 시설이 없어 경기도 외곽의 한 곳으로 연락했습니다. 제 상황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응대해주는 목소리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으며, 루나와 함께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장례식장은 조용하고 아늑했습니다. 장례 지도사님은 슬픔에 잠긴 저를 조용히 위로하며 루나를 위한 작은 추모 공간으로 안내했습니다. 깨끗하게 단장하고 예쁜 꽃들 사이에 잠든 듯 누워있는 루나를 보니, 병원에서 느꼈던 처절함 대신 애틋함과 평온함이 느껴졌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루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었습니다. "정말 잘 가, 나의 아가."

 

작은 몸집의 루나는 조심스럽게 화장되었고, 저는 작은 유골함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루나가 떠난 빈자리는 여전히 크고 허전하지만, 이제 루나가 더 이상 아프지 않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습니다. 그리고 루나의 마지막 길을 정성껏 배웅해주었다는 사실이, 죄책감으로 무거웠던 제 마음에 작은 평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1인 가구로서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노령 동물의 간병과 이별 과정은 혼자 감당하기 벅찰 때가 많습니다. 저와 같은 아픔과 고민을 겪는 분들이 있다면, 부디 혼자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이 반려동물을 향한 깊은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마지막 가는 길을 따뜻하게 배웅해주는 것이 남은 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루나야, 이제 편히 쉬렴. 네가 있던 모든 순간이 나에겐 행복이었어. 영원히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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