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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펫로스 극복

열다섯 해의 봄을 함께한 나의 친구, 럭키를 보내며 - 감사와 평온의 마지막 배웅

by postman 2025. 3. 31.

강아지와 사람이 나란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따.
꽃이 핀 창밖을 내다 본다.

 

오늘, 저는 열다섯 번의 봄을 꼬박 저와 함께했던 골든 리트리버, '럭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녀석이 제 곁을 떠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마음속에는 슬픔보다는 따뜻한 감사함과 평온함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마도 럭키에게 어울리는 마지막 인사를 잘 건넸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럭키는 제 젊은 날의 시작부터 늘 함께였습니다. 공원에서 원반을 던지면 신나게 달려오던 모습, 퇴근하고 돌아오면 육중한 몸을 부비며 반기던 온기, 그리고 지난 몇 년간은 힘겨운 병마와 싸우면서도 제 눈을 보며 희미하게 꼬리를 흔들어주던 그 모습까지... 럭키와의 모든 순간은 제 삶의 빛나는 조각들이었습니다.

 

오랜 투병 끝에, 럭키는 제 품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예견했던 이별이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슬픔에만 잠겨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품위를 잃지 않았던 녀석에게, 저 또한 최선을 다해 마지막 길을 배웅해주고 싶었습니다.

 

가장 먼저 고민이 된 것은 장례 절차였습니다. 알아보니, 안타깝게도 관련 법규나 시설 문제로 서울 시내에는 정식 허가를 받은 반려동물 화장 시설이 아예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을 제대로 배웅해주기 위해서는 경기도 외곽 지역으로 나가야만 했습니다.

 

조금은 먼 길이었지만, 럭키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특히 럭키는 30kg이 넘는 대형견이었기에, 이 점까지 고려하여 경기도 외곽(광주나 김포 등)에 위치한 대형견 전문 장례 경험이 풍부하고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을 신중하게 찾아 연락했습니다. 전화 상담 내내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제 마음을 헤아려주시는 점이 느껴져 안심하고 예약을 진행했습니다.

 

럭키를 조심스럽게 차에 태우고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길은, 녀석과의 마지막 드라이브가 되었습니다. 창밖 풍경을 보며 럭키와의 추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렸습니다. 처음 만났던 날, 함께 여행했던 바닷가, 아파서 밤새 곁을 지켰던 날들... 눈물이 흘렀지만, 신기하게도 마음은 점점 차분해졌습니다. '고마웠다, 럭키야. 정말 고생 많았어.' 하고 속삭이며 녀석을 쓰다듬었습니다.

 

장례식장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습니다. 도착하자 장례 지도사님께서 저희를 정중하게 맞아주셨고, 럭키를 위한 추모 공간으로 안내해주셨습니다. 깨끗하게 염습을 마치고, 생전에 좋아했던 담요 위에 편안히 누워 있는 럭키의 모습은 잠든 것처럼 평온해 보였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럭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좋아했던 간식과 장난감을 놓아주며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감사와 사랑의 말들을 속삭였습니다.

 

추모 후 진행된 화장 절차는 경건하고 엄숙했습니다. 대형견을 위한 전용 화장로에서 럭키는 한 줌의 재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정성스럽게 준비된 유골함에 럭키를 담아 품에 안으니,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했습니다. 장례 지도사님께서는 럭키의 유골을 아름다운 메모리얼 스톤으로 만들어 오래 간직하거나, 장례식장에서 운영하는 납골당에 안치하여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안내해주셨습니다. 잠시 고민했지만, 우선은 늘 함께했던 우리 집에서 럭키를 기리기로 했습니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장례식장을 나설 때, 슬픔 속에서도 '이제 럭키가 편안히 쉬겠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녀석의 마지막을 잘 배웅했다는 충만함이 느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유골함을 럭키가 늘 낮잠을 자던 창가에 놓아두었습니다. 녀석은 비록 제 곁을 떠났지만, 열다섯 해 동안 제게 준 사랑과 위로, 그리고 함께했던 행복한 기억들은 제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겁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것은 분명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그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준비하고 배웅하느냐에 따라, 남은 우리는 슬픔을 건강하게 애도하고 소중한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시는 분들이라면 미리 외곽의 전문 시설을 알아보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아픔을 겪고 계시거나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정성과 진심을 다해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주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고마웠어, 나의 영원한 친구 럭키.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축복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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