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HCM 시리즈 1편 에서는 고양이 비대성 심근병증(HCM)이 어떤 질병인지, 주요 원인과 위험 품종, 그리고 보호자님이 놓치기 쉬운 초기 의심 증상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HCM은 초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소리 없는 위협'으로 불리는 만큼, 정확한 진단과 질병의 진행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HCM 시리즈 2편에서는 동물병원에서 어떤 검사들을 통해 HCM을 정확히 진단하는지, 그리고 진단된 HCM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를 나타내는 '단계 구분(Staging)'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단계 평가는 우리 아이에게 맞는 최적의 관리 및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첫걸음입니다!
1. HCM 진단의 핵심, 심장 초음파 검사 (Echocardiogram) ❤️
고양이 HCM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정확한 검사는 바로 '심장 초음파 검사'**입니다.
- 무엇을 알 수 있나요?:
- 심장벽 두께 측정: 좌심실 벽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측정합니다. (HCM의 가장 직접적인 진단 기준)
- 심방 크기 평가: 특히 좌심방이 확장되어 있는지 평가합니다. (좌심방 확장은 혈전 생성 및 심부전 위험 증가와 관련)
- 심장 기능 평가: 심장이 혈액을 얼마나 잘 짜내고(수축 기능),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지(이완 기능) 평가합니다. HCM은 주로 이완 기능 장애를 특징으로 합니다.
- 혈류 평가 (도플러 초음파): 심장 내 혈액의 흐름이 원활한지, 역류는 없는지, 특정 부위의 혈류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지는 않은지(예: 좌심실 유출로 폐색) 등을 확인합니다.
- 혈전 유무 확인: 심방 내에 혈전(피떡)이 형성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검사 과정: 고양이를 옆으로 눕히거나 특수 테이블에 올려 탐촉자를 가슴에 대고 진행합니다. 대부분 마취 없이 진행 가능하지만, 예민하거나 협조가 어려운 고양이의 경우 안전하고 정확한 검사를 위해 가벼운 진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중요성: 숙련된 영상 전공 수의사나 심장 전문 수의사가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내리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2. HCM 진단을 셔포트하는 보조 검사들 🩺
심장 초음파 외에도 다음과 같은 검사들이 HCM 진단 및 상태 평가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청진 (Auscultation):
- 수의사가 청진기를 통해 심장 소리를 듣고 심잡음(heart murmur), 부정맥(arrhythmia), 분마음(gallop rhythm) 등의 이상 소견을 발견하면 HCM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 주의! 청진상 소리가 정상이라고 해서 HCM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많은 HCM 고양이들이 청진상으로는 뚜렷한 이상이 없을 수 있습니다.
- 흉부 X-ray (Chest X-ray):
- 심장의 전체적인 크기와 모양을 평가하고(심비대 유무), 폐에 물이 찼는지(폐수종), 가슴 안에 물이 찼는지(흉수) 등 울혈성 심부전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는 데 중요합니다.
- 심전도 검사 (ECG/EKG - Electrocardiogram):
- 심장의 전기적인 활동을 기록하여 부정맥의 종류와 심각성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데 사용됩니다. HCM 고양이에게서는 다양한 형태의 부정맥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 혈압 측정 (Blood Pressure Measurement):
- 고양이의 혈압을 측정하여 전신성 고혈압 유무를 확인합니다. 고혈압은 그 자체로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만성 신부전 등 다른 질병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이차성 심근 비대'와의 감별에도 도움이 됩니다.
- 혈액 검사 (Blood Tests):
- 일반 혈액 검사(CBC) 및 혈청 생화학 검사: 전반적인 건강 상태 평가, 다른 동반 질환(특히 신장 질환, 간 질환 등) 유무 확인, 마취 전 평가 등에 필요합니다.
- 심장 바이오마커 검사 (Cardiac Biomarkers):
- NT-proBNP: 심장 근육이 늘어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혈중 농도가 증가하는 호르몬 전구체입니다. HCM이 의심되거나 무증상 고양이에서 심장 질환을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질병의 심각도 평가나 예후 예측에도 참고 자료로 활용됩니다. (단, 이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HCM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 트로포닌 I (Troponin I): 심근 세포 손상 시 혈중으로 유출되는 단백질로, 심근 손상 정도를 반영할 수 있습니다.
- 갑상선 호르몬 검사 (Total T4): 특히 7세 이상의 노령묘에서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인한 이차성 심근 비대를 감별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 유전자 검사 (Genetic Testing):
- 메인쿤, 랙돌 등 특정 품종에서 HCM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예: MYBPC3 등)의 돌연변이 유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주로 번식 계획을 세우거나, 어린 고양이의 발병 위험도를 예측하는 데 참고 자료로 활용됩니다.
- 주의!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HCM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며, 음성이라고 해서 HCM에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다른 유전자 또는 원인이 관여할 수 있음).
3. HCM, 어디까지 진행되었을까요? 질병의 단계 구분 (Staging) 📊
HCM은 그 심각성과 진행 상태에 따라 단계를 구분하며, 이는 치료 계획 수립과 예후 예측에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수의내과학회(ACVIM)의 합의된 가이드라인을 따릅니다.
- Stage A: 위험군 (At-Risk)
- 현재 심장에는 구조적인 이상(심근 비대 등)이 없지만, HCM 발병 소인이 있는 품종(예: 메인쿤, 랙돌 등)이거나 가족력이 있는 등 발병 위험이 있는 단계입니다.
-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으며, 정기적인 건강검진 및 모니터링이 권장됩니다.
- Stage B: 무증상기 / 임상증상 발현 전 단계 (Pre-clinical)
- 심장 초음파 검사상 심장 근육 비대 등 HCM의 구조적인 변화는 확인되지만, 아직 겉으로 드러나는 임상 증상은 없는 단계입니다.
- 이 단계는 다시 혈전색전증(ATE)이나 울혈성 심부전 발생 위험도에 따라 두 가지 하위 단계로 나뉩니다.
- Stage B1: 심근 비대는 있지만, 좌심방 확장이 미미하거나 없어서 합병증 발생 위험이 낮은 단계입니다.
- Stage B2: 심근 비대와 함께 좌심방이 뚜렷하게 확장되어 있어, 동맥혈전색전증(ATE)이나 울혈성 심부전 발생 위험이 중간 정도로 높은 단계입니다. 이 단계부터는 예방적인 치료(예: 항혈소판제)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 Stage C: 임상증상 발현기 (Clinical)
- 과거에 또는 현재 울혈성 심부전(CHF - 폐수종, 흉수 등)이나 동맥혈전색전증(ATE)을 경험했거나 앓고 있는 단계입니다. 호흡 곤란, 개구 호흡, 후지 마비 등 뚜렷한 임상 증상이 나타납니다.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 Stage D: 말기 / 치료 불응성 단계 (Refractory/End-stage)
- 표준적인 울혈성 심부전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 말기 HCM 단계입니다. 예후가 매우 불량하며, 치료의 목표는 최대한의 삶의 질 유지와 고통 완화(완화 치료)에 맞춰집니다.
각 단계별 특징과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수의사와의 긴밀한 상담을 통해 우리 아이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4. 요약 및 다음 편(HCM 치료와 관리) 예고
지금까지 고양이 비대성 심근병증(HCM)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한 다양한 검사 방법들과, 진단된 HCM의 심각성을 평가하는 단계 구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HCM은 조기에, 그리고 정확하게 진단받는 것이 앞으로의 관리와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음 HCM 시리즈 마지막 3편에서는 이렇게 진단받고 단계를 평가받은 HCM 고양이들을 위해 어떤 치료 방법들이 있으며, 장기적으로 어떻게 관리하여 우리 아이의 삶의 질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우리 냥이의 건강한 심장을 위해 함께 노력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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